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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생충을 사랑합니다. 기생충을 미워하면 훌륭한 기생충학자가 될 수 없지요. 회충 때문에 인간 신체에 유해하지 않은 기생충, 즉 오랫동안 인류와 공존해왔던 기생충까지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생충으로 어떠한 연구를 하느냐는 질문에 서민 교수는 대뜸 기생충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시했다. 많은 사람이 기생충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감, 불결함, 무서움을 느끼거나 옛날 헐벗고 가난한 시절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미생물과 기생충의 비교를 통해, 기생충에 대한 사회 인식이 편견 혹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했다. 미생물은 원핵생물로 핵막이 없으며, 나쁜 의도로 독을 만들어 내뿜는다. 흑사병, 페스트, 스페인 독감 등은 미생물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질병으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반면 기생충은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신체의 일부분만 차지하여 인류와 공생·공존한다.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회충은 현재 박멸된 상태이고, 그 외의 기생충들은 심각한 유해성 없이 인간의 신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아울러 요즘 아토피를 앓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는 기생충 수의 감소와 큰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아토피는 자기항체가 자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이 있으면 기생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자기의 항체를 스스로 공격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연구대상으로서의 기생충의 가치는 치료제로의 활용가능성에 있다. 모기침샘을 활용해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고 키를 크게 하거나 특정질병에 대한 증세를 완화시키는 기능에 대해 연구하면서, 기생충에서 단백질을 빼서 치료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의학의 발전은 전부 대장균이라는 미생물을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대장균과 사람은 많이 달라서 대장균에 대한 의학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적용시키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생충을 가지고 연구하면 사람에게 훨씬 잘 적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의대 재학시절 홍성태 교수의 부름을 받으면서 멋모르고 기생충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는 서민 교수. 기생충을 확대해서 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있다며 애지중지할 정도로, 그는 기생충학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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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생충학이 기초학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꾸준히 연구해서 발전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21세기는 기생충의 시대라고 했던 지도교수의 말을 믿고 기생충학에 입문했는데, 2년 전 김치의 기생충 파동이 일어났을 때 '지도교수님이 말한 기생충의 시대가 이렇게 도래하는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고. 여전히 그는 '언젠가 다시 기생충의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기초학문인 기생충학의 연구와 교수학습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그는 고대 미라에서 기생충의 흔적을 찾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와 경상남도 하동의 외곽묘에서 각각 조선시대로 추정되는 미라를 발굴해 기생충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고 한다. 6세 정도로 추정되는 양주의 소년미라에서 편충, 회충, 간흡충 등이 발견되었고 중년의 여성으로 추정되는 하동미라에서는 간흡충, 이형흡충, 참굴큰입흡충 등이 발견되었다. "미라의 기생충 검사를 통해 과거에도 지역별, 연령별로 서로 다른 기생충 감염 양상을 보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 한국인의 기생충 감염실태를 파악하면 당시 생태계의 변화, 문화, 식습관 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알아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양주 미라의 경우, 미라와 함께 묻힌 부장품을 통해 부잣집 아이임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내시경 검사를 통해 미라의 장 속에서 온갖 기생충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때 '아! 우리가 기생충 없이 살아온 것이 불과 20년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어요." 미라가 묻혀 있던 흙 속에서 고대 기생충의 알을 발견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그는, 2005년 말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양주미라와 하동미라의 연구를 통해 멸종된 기생충을 발견했다며 뿌듯해 했다. 더불어 위생과 의료발전이 전혀 없던 과거에만 기생충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위생상태가 개선되고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도 유기농이나 회의 섭취가 늘어남으로써 기생충 역시 많아졌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진화된 기생충일수록 인간 신체에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률은 3~5% 정도(약 200만 명)로 의학기술의 발전과 비교해봤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이 기생충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기생충이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며 "우리는 모두 기생충의 자손입니다."라고 언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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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자 '과학은 진실의 세계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밝히는 그는 현재 연구가들의 태도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저는 과학이 인류복지증진, 사회발전, 행복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 혹은 연구자로서의 명성이나 교수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가 행해진다면, 연구는 거대자본에 의해 휘둘려지고 하나의 거대한 사기가 되어버리는 거죠." 관성적으로 연구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우리나라의 연구현실을 보면 모험적인 연구는 전혀 행해지지 않고 외국 논문을 보고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안전한 연구만 시도하고 있다. 과학의 진실성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깨지지 않도록 서민 교수는 진정한 연구가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단다. 그는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며 몸에 쉽게 들어오는 개회충은 매력적인 소재이지만 많은 사람이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모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소재를 찾고 있다고 한다. 현재 충남 해안가에서 발견된 미발견 기생충의 존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민물게장이나 회와 같이 수산물을 익히지 않고 먹는 우리나라에서 해안가 기생충을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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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연구자로서의 연구철학이 있는지를 묻자 '생명존중사상'이라고 답했다. "동물을 가지고 실험할 때 미안한 마음을 갖자는 것이 연구실 십계명입니다." 쥐나 병아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많이 하는데, 그들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실험용 동물에게 먹이와 물을 주기 위해 휴일에도 학교에 나오곤 한다. (서민 교수는 홍익대학교 부근의 집에서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까지 매일 통근한다.) 기생충은 무조건 박멸하기보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생명존중사상의 기반 위에서 형성된 '서민 교수 식 기생충공존론'이리라. 기생충 연구에 있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을까?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해안가 기생충에 흥미를 느껴 해안가 주민들의 기생충 감염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서민 교수는 당시 '대변을 달라'며 여러 집을 돌아다녔는데 거절당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대변통 안에 든 대변을 발견했을 때 무척 기쁘고 반가웠다고 말한다. 또한 '동양안충'을 연구하기 위해 산에 올라가서 파리를 잡아야 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초파리를 통해 감염되는 동양안충이 어떠한 증상을 일으키는지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눈에 직접 기생충을 넣었던 일이다. 개의 눈에 동양안충을 넣어 실험하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했고, 개에게서 일어나는 증상이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그는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그런 대담함과 연구를 위한 열정이 바로 그를 현재의 위치에 있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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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수는 딴지일보에 '건강동화'를 연재했고 「대통령과 기생충」, 「기생충의 변명」,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닳지 않는 칫솔」 등의 책을 저술했다. 그의 저작활동에 대해 매스컴이 상당히 주목한 바 있으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고 평가하자, 그는 자신의 저작활동을 '지식의 대중화'라고 칭했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기생충에 대한 그들의 편견을 시정하려는 것이 제 저작활동의 목적입니다. 어려운 과학지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접근한다면 대중들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작활동 외에도 저는 매년 자연대 학생들에게 기생충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강의를 해왔습니다." 서민 교수는 학계에서 논문만을 중시하고 그 이외의 것을 무시하는 풍토를 지적했다. "기생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 에세이나 소설로 구성된 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학계는 논문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러한 작업들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대중적 저작들이 너무 무시당합니다.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으로는 환자 한 명만 살릴 수 있으나, 의사가 책을 써서 발표한다면 그보다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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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는 단국대학교 의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의 강의 철학은 '학생들이 지겹지 않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자.'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강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그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대학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으십시오. 그 시절에 꼭 읽어야 할 것들을 읽지 못한다면, 읽지 못했던 것과 현재 읽어야 할 것이 쌓이기 때문에 힘들어집니다. 저의 좌우명은 '카르페디엠'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자는 것이지요. 요즘 제 주변에는 미래를 위해 현실을 저당 잡혀버린 사람이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대표적인 예죠." 서민 교수는 교육과정위원회 등 학교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아 연구를 위해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꿈은 기생충을 연구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서민 교수는 양주와 하동 미라의 기생충 발견 이후 기생충과 관련한 연구 방향이 무척 다양해졌다며 즐거워한다. 서민 교수는 괴짜 과학자, 괴짜 의사라는 별명답게 유머와 재치가 섞인 답변으로 기자를 곤혹스럽게 하거나 재미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자연과학계에서 연구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을 향해서, 그리고 그러한 연구자들을 양성하는 교수들에 대해서, 그리고 예비 연구자나 교수가 될 학생들을 향한 그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자연과학계에서 소외받는 학문을 선택해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서민 교수. 그의 노력으로 탄생한 연구성과물이 이 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임을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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